세계 초강대국이라는 바늘방석에 앉아, 뉴스를 통해서가 아니라면 결코 들어보지 못했을 저 수많은 나라들의 정치와 경제, 전쟁에 간섭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크십니까. 자국 내에서도 사격이나 무기에 관심도 없는 선량한 사람들이 총에 맞아 돌아가시는 일들이 많은 판국에 스스로 나서서 전 세계의 경찰 노릇을 자처하시는 점. 더구나 그 넓은 오지랖을 펼쳐 타국 국민들의 안전을 걱정해 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게 다 세계의 균형을 임의로 재편하기 위한 경제적, 정치적 압력과 검은 기름을 둘러싸고 벌이는 일이라는 소리도 들리지만 믿고 싶지 않습니다. 높고 고귀하신 큰 나라의 의도를 이토록 폄훼하다니요, 아마도 저 목소리들 뒤에는 누군가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아, 근데 이 친구는 또 누구입니까. 그토..
존 메이어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일단은 그 꽤나 복잡한 (혹은 연주하기 까다로운) 기타리프에, 그 다음엔 어떻게 이리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할 만큼 멋진 코드진행과 멜로디라인에 귀가 열린다. 여기에 더해 그의 메이저 데뷔앨범 [Room For Squares]에서 10대 소녀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Your Body Is A Wonderland’처럼 간지럽지만 여성팬을 사로잡는 작사방법도 한편으론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몇몇 트랙이 겹치는 그의 데뷔앨범 [Inside Wants Out]과 메이저 데뷔앨범만 들어봐도 그 매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차트에서의 좋은 성적과 그래미 수상 등으로 거칠 것이 없는 이 아티스트는 두 번째 앨범 [Heavier Things]로 그 여세를 ..
검은 도시 ‘고담’에서 검은 망토를 휘두르는 이 백만장자는 모든 범죄의 원흉을 잡아들일 기세로 움직인다. 도시를 구원하고자 하는 그의 신념은 때로 범죄자를 거둬들이는 행위 자체에 경도된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싸움의 끝이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의 마지막에서 고든 경감은 배트맨에게 쫓는 자들(배트맨)과 쫓기는 자들(범죄자)의 힘의 균형은 서로 경쟁하듯 커져만 갈 것이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읊는다. 그것은 악당이 있는 한 배트맨은 움직이고, 배트맨의 망토가 펄럭이는 사이 악당들은 다시금 그를 필요로 하는 범죄를 실행에 옮길 거라는 암시다. 이 두 존재는 서로 없애야 하는 대상에서 결국 공생하는 관계가 된다. 브루스 웨인이 헛된 이상을 꿈꾸는 망상가가 아니라면 도시를 정화..
스크린을 통한 현실의 대리만족과 강렬한 액션 속 아드레날린의 분출. 단 이 두 문구로 영화 는 설명될 수 있다. 스트레스 속에 꼼짝없이 갇힌 채 살아가는 주인공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는 어느 순간 놀라운 능력을 갖춘 암살자의 본능을 깨우친다. 그것은 껍질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새처럼 그 자체로 두 번째 탄생이라 할 만하다. 자신의 밥줄을 쥐고 있기에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던 짜증나는 직장 상사에게 과감히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자신의 여자친구와 몰래 즐기면서 앞에서는 친한 친구 행세를 하는 역겨운 직장동료에게 회심의 펀치를 날리는 웨슬리. 인정하긴 싫어도 비유적으로든 사실 그대로든 현실의 내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던 영화 속 나약한 인간이 이젠 앞뒤 가릴 것도 없는 마초로 다시 태어..
평범한 초등학생 코이치의 엄마는 아들이 고이 모셔 가져온 이 이상한 물체를 보고 기겁을 한다. 징그럽다며 손사래를 친다. 깨진 바위틈에서 코이치가 뿌려주는 수돗물로 몸을 축이며 생기를 회복한 한 마리 괴생물체는 이렇게 긴 잠에서 깨어난다. 에도 시대에 태어나 지진으로 흙 속에 갇혀 긴 시간을 숨죽인 채 기다려온 갓파. 코이치는 나름대로 귀엽게 생긴 이 생명체에게 ‘쿠우’라는 이름을 붙인다. 쿠우는 생명의 은인 코이치, 갓파의 출현에 흥분해버린 아버지, 징그럽다면서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먹이를 날라다 주는 엄마, 그리고 한창 귀여움을 독차지해야 할 나이에 어디서 굴러온 지도 모르는 못생긴 요괴에게 자리를 빼앗겨 심통이 나버린 여동생 히토미 들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이들 앞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
11분이라는 제목이 재미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일반적으로 섹스에 소요되는 시간을 11분으로 상징화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데 어느 정도 영감을 받았던 어빙 월리스의 이라는 작품에서 그 기준점을 가져왔다고 한다. 다만 7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인색’해 보여 자신은 4분을 더 추가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둘 다 다소 박해 보이는 숫자이긴 매한가지나, 이 소중한 순간들이 대개 5분여에 그치고 마는 사례들도 허다하니 파울로 코엘료의 기준, 더 나아가 어빙 월리스의 7분조차 너그러워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은 그렇다, 섹스에 관한 얘기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브라질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소녀, 마리아는 누구나 그렇듯 성(性)에 관해 혼란스러운 10대를 거친다. 욕망과 사랑, 그리고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