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철의 은, 괜한 신파조로 감정의 깊이를 흐트러뜨리지도 않고, 호들갑스런 장치들 없이, 그저 조용한 어조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훑어 내려가면서도 관객의 큰 호응을 끌어냈던 영화였다. 물론 이 영화가 가진 ‘실화’(부분적으로나마)라는 간판이 영화의 이슈화에 크게 공헌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감독 정윤철의, 장편영화 신인감독답지 않은 매끈한 연출력을 폄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그것은 이후 비슷한 류의 실화를 토대로 완성한 다른 영화들과 이 영화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그 ‘실화’라는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로 인해 일정이상의 덕을 본 이상, 본인이 ‘능력있는’ 감독으로서 온전히 자립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그의 두 번째 장편 작에 달려있는..
는 영리하면서도 한편으로 교묘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소년의 삶은 여러 갈래의 이야기로 파생될 여지를 만들어 두는데, 이를테면 이 영화를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소년의 성장기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편견에 맞서는 성적 소수자의 투쟁의 이야기, 혹은 마지막에 진정한 승리를 이루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힘든 사춘기를 보내는 소년 오동구(류덕환)의 이 파란만장한 성장기는, 이 여러 요소들을 너무나 절묘하게 얽어 매어 놓는다. 말하자면 우리는 이 한편의 영화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기회를 얻은 셈이고, 는 이런 여러 재료를 섞어 한마디로 ‘잘 만든’ 영화다. 그러니까 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할 것인가, 그것은 역시 관객의 취..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 일단 원작을 각색한 데에 따른, 소설 의 팬들의 적개심(?)은 내 감상의 영역이 아니다. 어차피 나는 원작을 읽지 못했고, 앞으로도 읽을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따라서 영화 가 얼마나 원작을 훼손(과연 이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했느냐와,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감상이 어떠하다는 설명 사이에는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다. 세간에는 이 영화를 두고 (당연히!) 여러 평가들이 오고 가지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내 감상은 온전히 영화 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밝혀두고 싶다. 하긴 누가 상관하겠냐마는. 전작인 을 ‘유래 없이 대자본이 투입된 금연 캠페인’ 영화로 완성해버린 프란시스 로렌스라면, 그의 차기작이자 윌 스미스를 원톱으로 내세운 가 어떤 모양으로 만..
Alice In Chains의 92년 앨범 [Dirt]의 수록곡. Jerry Cantrell의 뛰어난 리프감각을 엿볼 수 있는 노래다. 기타리프의 구성이 간단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곡이다. 요즘은 딱히 연습하는 곡도 없고, Them Bones는 예전에 카피해본 적도 있고 해서 오랜만에 녹음해봤다. 사용장비는 언제나 그렇듯, Cort-G290, Audio Kontrol 1, Cubase LE 4, Guitar Combos, Guitar Rig 3. 배킹으로는 Guitar Combos의 Plexi Combo에서 In The Face [HB]를, 솔로는 Guitar Rig 3의 Ultra Gain Lead를 사용했다. 더보기 Them Bones by Alice In Chains I believe them bo..
전작인 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누가 뭐래도 뉴스 생방송 중 앵커 에반(스티브 카렐)이 펼치던 원맨쇼였다. 분명 의 주인공은 브루스(짐 캐리)였고, 그가 보여준 능청과 익살이 영화 전체를 잘 이끌어나가긴 했지만, 이 한편의 코미디 영화가 우리의 뇌에 각인해준 이미지 중 에반의 몫이 적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 영화 이후로 연일 승승장구하는 배우 스티브 카렐의 현재를 입증하듯 의 속편엔 브루스가 등장하지 않은 채, 오히려 그의 전지전능한 힘에 농락당했던 에반이 주인공이 되어 돌아왔다. 과연 그 한 장면의 효과가 크긴 컸나 보다. 그러나 에서 제목 그대로 놀라운 힘을 얻게 된 브루스, 그래서 스프를 홍해처럼 갈라보기도 하고, 교통체증을 일시에 해소하거나, 잘 빠진 옷을 아무 힘도 안들이고 자신의 몸에 ..
1979년 10월, 어느 의대의 노교수(전무송)가 1941년의 뇌수술 장면을 보여주며 강의를 하고 있다. 교수의 모습은 나이 탓인지 어딘가 초췌해 보인다. 교수는 하나뿐인 딸과 저녁을 약속한 후, 옛날 자신이 근무했으나 지금은 폐허가 된 병원건물을 찾는다. 교수는 그곳에서 자신의 좋지 않은 과거를 직접 마주하듯, 조금은 긴장된 모습이다. 때는 저녁, 딸과 식사를 하는 노교수. 하지만 분명 아버지와 딸 두 명뿐인 이 집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리고 이 저녁식사가 딸과의 마지막 만남이 된다. 교수의 두 아내가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모두 명을 달리한 데 이어 이제는 딸과도 이별이다. 교수는 그 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37년 전의 과거를 떠올린다. 스스로 인과관계를 설명할 순 없지만, 자신의 ..